제목 | [그린 아시아] '생명의 빛 2014' 미얀마의 희망을 밝히는 빛(2편) | 2016-0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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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이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태양광 전등을 지원하는 곳은 북서쪽에 위치한 친주(Chin State)입니다. 미얀마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자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지역인 친주는 미얀마의 다수를 차지하는 버마족이 아닌 친족 외 조미 등 다수의 소수민족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데, 사실 친족 안에서도 언어만 14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이 지역은 미얀마에서는 드물게 기독교도가 80%를 차지합니다. 해발고도가 900~2,000m의 산지 지형인 친주는 남쪽 라카인주, 남서쪽 방글라데시, 동쪽 사가잉주, 북쪽 인도 마니푸르 주, 서쪽 인도 미조람 주와 접해 있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주로 이동식 경작과 수렵, 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하나 사실상 시장까지의 접근성이 낮아 수입을 내기 보다는 식량으로 사용하는 상황입니다.
친주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양곤에서 항공편이 있지만 매일 있지 않고, 항공권도 공항에 가서 당일에야 좌석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항공편이 없는 경우 약 28시간 정도 걸려 육로로 가야만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일행은 만달레이를 경유해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표를 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28시간 포장도 제대로 안된 육로 여행을 상상하면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친주의 관문인 칼레이묘(Kalaymyo)에 도착하니 마치 버스정류장 같은 공항이 일행을 반겨 줍니다. 칼레이묘 공항을 중심에 두고 한쪽길을 따라가면 버마족 거주 지역, 반대쪽 길을 따라서는 친족 거주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토바이에 수레를 연결한 택시를 타고 한바퀴 둘러 보았는데요, 정말 버마족이 사는 구역에는 교회가 보이지 않았고 친족이 사는 구역에는 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 일행은 공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작은 호텔에 여정을 풀었는데요, 저녁이 되어 식사를 하러 나왔더니 어느새 길은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아니, 컴컴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듯 하네요. 전봇대가 있었지만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고, 몇몇 상점과 호텔에서는 기름으로 발전기를 돌려 불을 켜놓고 있었습니다. 친주 지역은 미얀마의 다른 많은 지역과 마찬가지로 수력발전을 통한 전력을 공급받고 있었는데, 건기의 끝자락인지라 저희가 있던 3일 동안 전력이 공급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우기에도 하루 종일 전기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4~5시간 정도만 들어온다고 하네요.
(칼레이묘 공항 앞의 낯과 밤)
친주에 도착해서 저희는 미얀마 협력단체인 도낀찌재단의 친주 담당자인 Htun Htun Lwin을 만나 다음날 학교 방문 일정에 대해 상의했습니다. 환경재단은 친주에서 Valung, Lung Hawh, Parte & Lung Bang, Ram Thlo, Ti Baul & Baul Te, Lai Tui High School 등 총 6개 학교를 지원하는데,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길이 험해 모든 학교를 방문할 수는 없고 3개 학교를 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 얘기가 어떤 의미인지는 다음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저희 일행은 아침 일찍 학생들에게 전해줄 공책과 간식 등을 가지고 본격적인 학교 방문길을 떠났습니다. 듣던 대로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군데군데 비포장도로가 많았고, 도로 폭이 매우 좁아 교행이 어려웠습니다. 직선 도로는 거의 없어서 왼쪽, 오른쪽 계속해서 흔들리는 몸을 잡아가며 이동해야 했고 아찔한 절벽은 쳐다보지 않는 편이 나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출발한지 두어 시간 만에 산사태를 만나 길을 정비할 때까지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저희를 기다리고 계실 선생님들과 학생들 생각에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마침내 세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첫 번째 목적지인 Valung High School에 도착했습니다. 이 학교는 저희가 지원하는 6개 학교 중 가장 가난한 학교입니다. 교장선생님 외 교사 10여분 과 학생 50여 명이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쁘게 현수막도 만들고 전달식 준비도 다 마친 상태에서 약속시간 보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려 주셔서 감사함과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달식을 통해 환경재단은 태양광전등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사용방법을 안내하였습니다. 얼마 전 헐리웃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 리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가난해서 돕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에 이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이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하며, 꼭 미얀마의 미래를 밝힐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Valung High School에서는 중학교 3학년 이상이 되면 학교에서 지내며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미얀마의 높은 학구열이 이 산속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이 집이 멀고 가정에서 제대로 된 학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교실에서 수업도 받고 밤에는 숙소로 사용하면서 하루 한번 정도 집에 다녀오는 방식으로 일종의 기숙학교와 같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이었습니다.
일부 선생님들은 부족한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기존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월급을 드리고 또 부족한 부분은 쌀이나 채소, 음식 등으로 대신하면서 모셔온 분들이라고 합니다. 그런 열악한 조건에도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는 비단 Valung High School 뿐만이 아니었고, 저희가 방문한 다른 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기숙사를 운영하고 헌신적인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방문한 Lung Hawh School, Par Te & Lung Bang School은 처음 방문한 학교보다 상황이 조금 낫긴 했지만, 기숙사와 학교 건물이 매우 낡아 우기에 비가 심하게 내리기라고 하면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선생님들은 모두 태양광전등 지원에 대해 아이처럼 환하고 진심어린 얼굴로 환영해 주시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마지막 학교 방문을 마치고 오후 다섯 시쯤 되었을 무렵, 저희는 서둘러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기가 없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난 뒤의 산에서의 운전은 극도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다가는 낯에 눈을 돌려야만 했던 절벽 쪽으로 아찔한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친주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지만, 마음만은 가득 찬 시간이었습니다. 이동식 농업을 위한 화전과 티크나무 농장을 만들기 위해 산을 태우는 현장이 저희 일행의 여정 중에도 곳곳에서 발견될 정도로 환경 문제가 심각한 지역이었습니다. 또한 이 지역에는 각종 고유종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미얀마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전기는 당연히 보급되지 못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성인 남성들이 해외로 이주노동을 떠나 노인과 여성, 어린아이들만이 남아 하루 2~3달러를 벌기 위해 도로 포장 현장과 같은 위험한 일들을 아무런 장비도 없이 하고 있었습니다.
건기에는 전기뿐 아니라 식수문제도 심각해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지원으로 학교에 안전한 식수시설이 생기는 것을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헌신적인 교사들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품은 학생들이 있어, 미얀마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안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재단의 태양광전등이 그 미래에 작은 불빛을 보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본 사업은 2013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