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린 아시아] '생명의 빛 2013' 황금의 땅 미얀마(2편) | 2016-0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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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핀 차웅(Htan Pin Chaung) 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 꼬무 시내와 가까운 편입니다만 찾아가려면 역시나 작정을 해야하는 곳입니다. 작은 모터가 달린 나룻배를 타고 40분 남짓 샛강을 거슬러 가야하거든요. 뱃사공이 뱃머리에서 쉼없이 노를 저어 방향을 틀고, 나룻배의 가운데 부분에 앉은 누군가는 배 안으로 스며드는 강물을 연신 퍼내야합니다. 불편한 자세로 오래 앉아있으니 허리가 뻐근했지만 딴 핀 차웅 마을 주민들을 곧 만난다는 설레임을 안고 아름다운 꼬무의 풍광을 눈에 담았습니다.
딴 핀 차웅 마을과 꼬무 시내를 잇는 오솔길이 하나 있는데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는 폭이 아니라 물자 수송 등을 위해서는 강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딴 핀 차웅의 청소년들이 등하교 때 바로 이 오솔길로 걸어다녀요. 매일 왕복 2시간 넘게 걷는 셈입니다. 나룻배로 가면 보다 수월하겠지만 매일 뱃삯을 내고 다닐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걸어서 통학을 합니다.
딴 핀 차웅 마을에는 중고등학교가 없어서 마을의 모든 청소년들이 꼬무 시내에 있는 학교에 다닙니다. 초등학교는 하나가 있어요. UNICEF가 건립 비용을 지원했습니다.
미얀마의 학제는 우리나라의 유치원 과정에 해당하는 취학 전 과정이 1년(만 5세), 초등학교 4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2년, 대학교 3년으로 이루어지는 1-4-4-2-3년제로 전체 14학년제입니다. 초등학교까지 5년간은 의무 교육입니다. 딴 핀 차웅 마을 어귀에 가까워질수록 크게 손을 흔드는 남자의 모습이 또렷해졌습니다. 알고보니 딴 핀 차웅 마을의 이장님인 툰루인(Tunlwin)씨였습니다. *’이장’은 한국식 행정구역인 里의 장을 일컫는 말이지만 편의상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고 질퍽한 길을 조금 걸어가니 이내 아담한 이장님의 집이 나타났습니다. 미얀마 전통 가옥은 땅에서 상당한 높이로 떠있습니다. 이장님 집도 마찬가지로 사다리 비슷한 계단을 올라가야했어요. 멀리서 온 이방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이장님 집에 마을 주민들이 스무 명 정도 모였습니다. 남녀노소 다양했어요. 그 분들에게 우리가 온 이유와 환경재단의 태양광전등 지원사업에 대해 설명한 뒤에 이장님에게서 딴 핀 차웅 마을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전력 사정에 대해서요.
딴 핀 차웅 마을은 국가 기반시설(infrastructure)에 의한 전기 사용률이 0%에 가깝습니다. 이장님 집을 비롯한 극소수 가구에서 발전기나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이용하는게 고작입니다. 인구 약 680명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고,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앞두고 한창 공부에 열을 올리는 고학년 학생들이 17명 정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희와 파트너십을 맺은 현지 NGO인 도 찐 찌 재단(Daw Khin Kyi Foundation)은 환경재단이 지원하는 태양광전등 500세트를 고학년 학생들, 우리로 말하면 ’고3 수험생’을 둔 가정에 우선 배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양광전등만 있으면 어둑해진 저녁과 깜깜한 밤에도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요.
특이한 점은 이 태양광전등을 후배들에게 물려준다는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시험 당해년도 1년 동안 태양광전등을 쓰고, 시험을 치르고 나면 1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식입니다. 흡사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졸업할 때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불교의 나라답게 공생과 자비의 정신이 미얀마인의 생활 깊숙히 자리해서일까요?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이제껏 태양광전등 지원사업을 펼쳤던 아시아 국가들 중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거든요. 저희도 물론 그 제안에 동의했고,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마을 단위로 관리를 잘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딴 핀 차웅 마을에 사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해드리겠다고 약속드렸었죠? 그 소녀의 이름은 닌 나나 웰입니다. 방년 열세살인 닌 나나 웰의 하루 일과는 이렇습니다. 04:00 기상
보시다시피 미얀마 청소년들은 공부를 참 많이 합니다. 하루 일과만 보자면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에 버금가네요. 교육열이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아니, 향학열이 높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부모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인지 미얀마의 문맹률은 다른 저개발국(underdeveloped countires)들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문맹자 비율이 10% 이하입니다. 집 주변에 있는 많은 사원들이 일종의 학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글을 배우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장님 집에 모인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대체로 장래희망이 의사, 교사, 항해사더군요. 미얀마에서도 전문직이 인기인가봅니다. 물론 이유는 다들 가족과 남을 돕기 위해서였어요. 닌 나나 웰도 의사가 꿈인 소녀입니다. 몸이 아픈 이웃들의 병을 고쳐주고 싶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꿈은 시간이 흘러 변할 수도 있고 또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왠지 닌 나나 웰은 지금의 꿈을 이룰 것 같습니다.
딴 핀 차웅 마을 가정 방문을 위해 닌 나나 웰의 집을 찾았어요. 닌 나나 웰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다섯 식구가 소박하게 사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보였어요. 여러모로 부족한 형편이지만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전기를 전혀 쓸 수가 없어 닌 나나 웰은 어두워지면 촛불을 켜고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낮 동안 뜨거운 미얀마의 태양 아래서 아버지가 충전해준 태양광전등을 천정에 걸고 어두워져도 하고싶은 공부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황금의 땅 미얀마에서 태양광전등이 닌 나나 웰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도 응원해주세요. ^^
환경재단은 딴 핀 차웅을 비롯한 꼬무 지역 마을 십여곳에 태양광전등 500세트를 지원합니다. 고등학교 수험생들이 있는 가정에 우선 배분하고, 보다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마을 지도자의 관리 하에 공동으로 이용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환경재단의 태양광전등 지원사업을 후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끝 -
* 본 사업은 2013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이루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