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수호자들
올해 골드만 환경상 시상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매년 4월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시상식은, 지구의 날을 기념해 세계 여섯 개 대륙에서 뽑힌 풀뿌리 환경운동가에게 ‘환경의 노벨상’을 전달하는 행사입니다.
제가 이 상을 수상한 건 1995년입니다. 기억과 추억이 버무려진 몇 개의 장면이 생생합니다. 하나는 함께 수상자가 된 나이지리아의 켄 사로 위와입니다. 거대 석유 기업의 유전 개발을 반대하다 군사 정권에 체포된 그를 대신해 유학 중인 아들이 참석했는데, 끝내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영국에서 왔다는 29세의 앳된 여성 엠마 무스트는 자신이 자란 동네의 고속도로 확장을 반대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도로 건설 반대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얼마 전 런던에서 화상으로 재회한 엠마는 그사이 환경운동가 이력에 시인을 함께 붙이고 있었습니다.
같은 해는 아니지만 골드만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수상자들에겐 언제나 연대와 동질감을 느낍니다. 모두 풀뿌리 운동가로 시작했지만, 콜롬비아의 첫 여성 부통령(프란시아 마르케스)이 되고, 슬로바키아의 첫 여성 대통령(주사나 카푸토바)이 되고, 인도의 대법관(M.C.메타)에 올라 환경 소송만 전담하는 환경 법원을 만들고,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 운동가(마리나 시우바)로서 두 번째 환경부 장관에 오른 근황을 들을 때면 제 일이라도 된 것처럼 뿌듯합니다. 골드만상 수상자 워크숍에서 만난 페루 원주민 활동가의 발언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또렷합니다. 석유 채굴을 저지했던 그는 “석유는 지구의 피다”라는 한 줄짜리 문장으로 본질을 명쾌하게 정리합니다.
여섯 개 대륙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수상자들의 소식은 기후환경운동에 대한 새로운 영감과 동력이 됩니다. 환경에 국경이 있나요? 환경운동이야말로 가장 글로벌한 운동입니다. 코로나로 잠시 숨을 고르게 됐지만 그들에게 다시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올해의 수상자들에게 미리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모쪼록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풀뿌리 운동가가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