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얼마 전, 세계 3대 자연사박물관 중 하나인 런던자연사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연간 150만 명이 다녀갔다는 기후변화특별전시 <Our Broken Planet>을 한국에 들여오는 목적이었습니다. 결과는 이미 보도된대로입니다. 올해 9월이면 이 훌륭한 전시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립니다.
무려 8천만 점의 방대한 자연사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박물관 구석구석을 더글러스 거 관장이 안내했습니다. 둘러보는 내내 부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라는데, 부러운 걸 부럽다고 하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 와중에 가장 인상적인 곤충 표본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몸길이가 1밀리미터도 되지 않는 딱정벌레 표본. 얼마나 작은지 휴대폰 카메라에도 담기질 않았습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채집했다는 이 작은 이 곤충은 박물관에 기증된 2천2백만 개의 표본을 공부하고 분류하던 어느 연구원에 의해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딱정벌레의 공식 이름은 ‘그레타 비틀’입니다. 1978년 박물관에 찾아온 후 41년만에 생긴 이름입니다. ‘그레타 비틀’을 설명하던 관계자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수백 종의 새롭고 흥미로운 종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미처 이름을 짓기도 전에 사라지는 종들이 존재합니다. 이 딱정벌레의 이름을 기후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그레타 툰베리에서 따온 건 생물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채 1밀리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곤충에게 부여한 이름과 의미가 꽤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연사박물관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새 한 마리에게 ‘너의 이름은’이라고 자주 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