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맹그로브
지난 2004년,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 대표를 겸하던 시절의 기억입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진도 9.1 강진으로 발생한 해일이 인도양을 눈앞에 둔 나라들을 덮칩니다. 재난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이 거대 쓰나미로 동남아시아 해안이 쑥대밭이 됐고 20만 명 넘는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자연의 무서움을 증명하는 장면들이 아직 눈에 선합니다. 아주 작은 위안이라면, 그나마 피해가 덜한 곳에는 어김없이 맹그로브숲이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맹그로브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 건 그로부터 10년 후입니다.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15개 지역에 태양광과 식수를 지원하고, 친환경마을 ‘에코빌리지’를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사이클론이 발생할 때마다 국토의 3분의 1이 잠길 정도로 기후재난에 취약한 나라엔 무엇이 더 필요할까 궁리 중이었습니다. 현지 환경단체 BEDS의 사무총장 막수드 라흐만의 입에서 맹그로브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습니다. 매해 지원사업을 벌이던 순다르반이 맹그로브가 잘 자라는 곳이고, 묘목도 충분히 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0년 전 기억에 더할 맹그로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맹그로브는 생각보다 훨씬 기특한 나무였습니다. 쓰나미로부터 해안 마을을 보호하고, 해양 생태계를 뿌리에 품고, 어패류의 서식지가 되고, 가난한 마을의 소득원이 되고, 기후위기 주범인 온실가스를 흡수합니다(그것도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나무 심기가 기후위기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동이라는 건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맹그로브는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총 14만5천 그루를 심었습니다. 코로나로 길이 끊긴 3년은 식목 비용을 지원하고, 올해 6월엔 다시 순다르반을 찾아 직접 맹그로브를 심었습니다. 앞으로 3년 동안 매해 10만 그루를 심기로 약속한 기업이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순다르반 사람들이 맹그로브 묘목을 손에 든 제게 ‘미스터 맹그로브’라는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7월26일은 맹그로브의 날입니다. 지난 8년 동안 쉼없이 맹그로브를 심은 환경재단이 제안합니다. 기후환경생태를 고민하는 시민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맹그로브 100만 그루 심기’ 캠페인입니다. 맹그로브 1그루를 심는 데 1만 원입니다. 이미 50만 그루를 심은 순다르반과 벵골만 지역을 푸르른 맹그로브숲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앞으로 환경재단이 펼칠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기후행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